삼성전자가 차기 반도체 주력 분야로 HBM4와 2나노 공정을 예고했다.
올해 경쟁사에 추월당한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서 내년 확연히 개선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 부진 속에서도 역대 최대 투자로 기술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 부사장은 “5세대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하고 있고,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마치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고전한 엔비디아 공급을 언급한 것으로, HBM3E 납품이 4분기에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HBM3E 매출 비중은 전체 HBM의 10% 초중반대에 머물렀다.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하면 4분기에 50% 이상 비중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경쟁사가 선점한 HBM3E를 넘어 집적도를 크게 높인 차세대 HBM4로 다시 기술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4를 개발하고 있다”며 “복수 고객사와 맞춤형(커스텀) HBM 사업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두 기업 모두 계획대로 양산하면 같은 시기에 제품을 출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2나노 공정을 내년 중 양산해 기술 부진 논란을 탈피하는 데 속도를 내기로 했다. 첨단 2나노미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내년 양산해 경쟁사 TSMC와의 기술 간극을 좁힌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와 제품화를 전제로 기술 평가를 거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3분기 사상 최대 수준인 8조8700억원을 집행했다. 지난 1분기 7조8200억원, 2분기 8조500억원에 이어 분기 최대 연구개발 투자를 쏟아부은 셈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실적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5%, 277.37%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4조원에 못 미쳤지만,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일회성 비용과 파운드리 적자 등을 감안하면 주력 사업인 메모리는 선방했다는 평가다.